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movie

영화는 좋아하지만, 솔직히 지칠 때도 있다

by rojisik 2025. 5. 23.

영화를 좋아한다.


아직도 그렇다.
근데 가끔은 그게 조금 피곤할 때도 있다.

 

영상 일 오래 하다 보면
‘영화가 좋아서 시작했어요’ 같은 말이
가끔 나한텐 좀 낯설게 들린다.


좋아해서 시작한 건 맞는데,
좋아하는 마음만으론 버티기 힘든 게 이쪽 일이기도 하니까.

 

촬영현장은 늘 정신없고,
하루 종일 눈썹 한 번 안 움직이고 앉아 있다가
딱 10초짜리 샷 하나 찍으려고
스탭 전원이 숨죽이고 들어가는 그 순간.


난 그게 좋으면서도, 진짜 가끔은 너무 고되다.

편집하다가 '이 컷 왜 이따구로 찍었냐' 혼잣말 백 번 하고,
콘티대로 안 찍은 걸 반성하다가도
마지막에 화면이 딱 맞아떨어지면 또 기분이 좋다.


그게 영화다.


지치고 짜증 나는데 결국은 또 좋아한다.
그러니까 일이지, 이게.

 

이런 모순이 싫었던 적도 있었는데
요즘은 그냥 인정하고 산다.
좋아한다고 해서 매 순간 행복할 순 없고,
힘들다고 해서 그 마음이 다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거.

 

그래서 오늘도 나는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다.
짜증도 내고, 한숨도 쉬고,
그래도 계속 찍고 있는 사람.